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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테레민이란 - 미대사관 원격도청기 사건과 레온 테레민(원리)악기 테레민이란 - 미대사관 원격도청기 사건과 레온 테레민(원리)
Posted at 2020. 11. 17. 11:00 | Posted in 잡동사니원격도청기 사건과 테레민 악기
[악기 테레민이란 - 미대사관 원격도청기 사건과 레온 테레민(원리)]
악기 중에 '테레민'이란 것이 있습니다. 전자기장을 마치 손으로 만지듯 연주하는 악기입니다. 가수 김건모의 "사랑이 떠나가네"의 도입부에서 애절한 멜로디로 들리는 것이 바로 테레민의 소리입니다. (맨 아래 영상에서 들을 수 있음)
그런데 1952년 소련 주재 미대사관 도청사건은 악기 테레민를 발명한 레온 테레민의 도청기 때문에 놀라움을 줍니다. 이 도청기의 원리가 바로 악기 테레민의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미대사관 도청장치 사건
1950년대부터 구.소련(현재 러시아)과 미국은 냉전시대를 가졌습니다. 한국전쟁도 어쩌면 이 냉전시대의 혹독한 피해일지 모릅니다. 그런데 1952년 소련 주재 미대사관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그동안 소련에 의해 미대사관과 미국 사이에 오간 정보가 모조리 도청당했던 것입니다.
도청기는 기본적으로 전기가 필요하므로 전자파를 탐지해서 도청장치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소련은 전기가 필요 없는 도청장치로 7년간이나 미국 대사관을 도청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도청기는 미대사관 사무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 뒤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미국은 도청장치를 발견하고도 대체 어떻게 전기도 없이 도청기를 작동시켰는지 의아해했습니다. 그러나 소련은 이미 그때 당시 무선충전기와 비슷한 원리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악기 '테레민'의 원리입니다. 악기를 발명한 테레민은 소련의 음향물리학자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원래부터 도청기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가 만들려고 했던 것은 사실 신디사이저였습니다.
레프 테레민의 악기 테레민
정확히는 '레프 세르게예비치 테레민(또는 레온 테레민 Лёв Сергеевич Термин)'라고 불리던 젊은 물리학자는 어느 날 소련 정부의 근접각 센서에서 힌트를 얻어 '테레민복스'를 만들어냈습니다. 1920년, 그는 첼리스트이기도 했기에 이것을 들고 유럽으로 가서 연주했습니다.
악기 테레민의 원리는 전자기장의 간섭을 이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개의 고주파 발진기에서 전자기장이 오갈 때, 그 사이에 손을 넣어서 방해하면 음이 발생하는 원리입니다. 마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듯한 독특한 전자악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후, 미국에 가져가서 RCA 테레민복스라는 상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전자악기에 비해 연주법이 어려웠기에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1938년, 그가 갑자기 사라집니다. 정확한 사연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NKVD(KGB의 전신)에 의해 시베리아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샤라샤카 감옥 연구소에서 억지로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소련 비밀경찰 책임자 '라브렌티 베이야'가 그를 불렀습니다.
레온 테레민을 부른 베이야는 다짜고짜 탐지를 피할 수 있는 도청기를 만들라고 했습니다.
원격도청기의 원리
당시 소련에서 가장 잔혹한 권력을 가진 베이야가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며 요구하니 레온 테레민은 정신이 나갈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 없는 도청장치를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악기 테레민은 도청기 장치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는 멀리 떨어진 전자기파의 간섭과 교란을 이용해서 도청기를 발명한 것입니다. 그리고 도청장치는 시계 뒤에 숨겨진 채 소련의 보이스카우트 단원에 의해 미대사관에 선물로 전해졌습니다.
레온 테레민 도청기의 원리는 악기 테레민에 비해 조금 더 복잡합니다. 설명을 하자면... 이 도청장치는 그저 음파에 의해 떨리고 마이크로파를 반사하는 역할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소련 첩보국은 미대사관 근처의 다른 건물에서 라디오 마이크로파를 대사관 건물로 쏴서 도청장치가 반사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때 대사관 사무실에 사람이 말을 하고 있다면, 도청장치 안에 있는 얇은 막을 흔들리게 만듭니다. 그러면 이 방해 때문에 도청장치는 음파가 섞인 마이크로파를 반사하게 됩니다. 이것을 밖에 있는 마이크파 수신기로 받아서 음파만 걸러내서 들었던 것입니다.
레온 테레민과 악기 테레민
확인된 것은 없지만, 만약 미대사관과 미국 정부 사이에서 기밀 내용이 오고 갔다면 아찔한 일입니다. 소련은 1945년부터 미국이 '맨하탄 프로젝트'로 만든 원자폭탄에 대해 다 알고 있었을 수도 있고, 미국이 광복을 맞은 한국에서 발을 빼고 싶어 했다는 것도 다 알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1952년의 소련은 한국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고, 미국도 제2차 세계대전 후 바로 제3차 대전으로 번지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큰 사고 없이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괜히 전자기파 간섭 악기테레민을 만들어서 유명해진 레온 테레민은 그것 때문에 소련 첩보국에 의해 목숨까지 위태로워지면서 도청장치를 만들었습니다. 다행히도 그는 재주를 인정받아서 살아남아 97세까지 장수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악기로 테레민을 성공시키지 못한 아버지는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연주해 주곤 했었는데, 아이들은 성장한 후 소련이 무너지자 이제는 당당하게 아버지의 악기 테레민 연주자가 되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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